마르시안스토리 서민규뷰파인더 너머의 새로운 세상
초현실적 순간을 프레임에 담다.
“문구류가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설명 위에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싣는 것이다. 그것은 곧 발명품과 사용자가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다. 의상이나 음식도 그러하겠지만, 문구류도 그냥 하나의 물건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을 규정해주며 문화를 파악하고 평가하게 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문구의 모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코너버리의 직각 스테이플러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종이를 고정하는 기계로만 여길 수 없다. 디자인과 친환경, 기능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코너버리의 스테이플러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신기술의 집약체이자 문구류의 진화다. 직각 스테이플러를 통해 스테이플러는 물론 문구계의 새 지평을 연 코너버리의 김영진 대표를 만났다.
“문구류가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설명 위에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싣는 것이다. 그것은 곧 발명품과 사용자가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다. 의상이나 음식도 그러하겠지만, 문구류도 그냥 하나의 물건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을 규정해주며 문화를 파악하고 평가하게 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문구의 모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코너버리의 직각 스테이플러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종이를 고정하는 기계로만 여길 수 없다. 디자인과 친환경, 기능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코너버리의 스테이플러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신기술의 집약체이자 문구류의 진화다. 직각 스테이플러를 통해 스테이플러는 물론 문구계의 새 지평을 연 코너버리의 김영진 대표를 만났다.
현재는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오래된 ‘코너 스티치패키지 박스 측면에 와이어를 이용해 마감하는 방식’ 가공 기술이 있어요. 상자를 제작하는 과정이 자동화된 데다 접착 위주의 상품이 나오면서 기계로 한 방씩 눌러 찍어야 하는 코너 스티치는 대량생산이 쉽지 않아 잘 이용하지 않죠. 그러다 우연히 한 상점에서 코너 스티치가 된 패키지를 발견했어요. 미적으로도 아름답더라고요. 한눈에 반해 우리도 만들어보자고 했죠. 그런데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차라리 좀 더 쉽게 코너 스티치를 할 수 있는 기계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대형 기계는 일상에서 사용하기 어려우니까, 스테이플러처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핸디형으로 개발해보면 좋겠다고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미적 아름다움만으로도 제작 동기가 되지만, 사업은 달랐어요. 제품화할 타당한 명분을 찾기 위해 질문을 계속 던지며 연구했죠. 우선 이 스테이플러를 사용하면 종이에 접착이 필요 없고, 불필요하게 종이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분리수거를 위해 침을 분리해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는 할 수 있죠. 또 완제품 상태로 박스를 배송하면 1톤 트럭 한 대가 필요하지만, 박스를 전개도 형태로 배송해 스테이플러를 사용하는 형식이면 주문 수량 10~20건도 포터 한 대로 가뿐히 운송할 수 있어요. 멀리 보면 탄소 배출에도 도움이 되는 친환경적 제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너버리의 손길이 묻은 스테이플 패키지 작업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2019년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림잡아 4년 정도 걸렸어요. 기존 스테이플러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라 대구의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 자금 등을 지원받았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반 스테이플러는 침이 ‘ㄷ’자 형태로 위에서 내려찍으면 밑 받침판에 닿은 심의 양 끝부분이 말려 들어가, 대략 한 80~90도 정도 접히면서 종이를 묶는 거예요. 이 원리를 활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양쪽 끝뿐 아니라 중간에 코너 부분을 잡아주는 곳에도 각도가 들어가니까, 단순히 찍어 내리는 것만으로는 걸림돌이 많은 구조예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기존 스테이플러처럼 똑같이 위에서 내려 찍고, 그런 다음 밑에서 한 번 더 접어 올리는 기능을 추가했죠. 이게 저희 핵심 기술이에요.
맞아요. 아무래도 스테이플러를 바닥에 두고 찍는 게 아니라, 손으로 들고 찍다 보니 침이 박히는 깊이가 일정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수작업으로도 깊이가 일정하게 찍히도록 스테이플러 아래쪽에 ‘지그jig’를 부착했어요. 지그는 가공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정해주는 보조판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지그를 달고 깊이를 5~15mm까지 조절할 수 있게 하니 기존 스테이플러처럼 침을 일정한 깊이로 찍는 게 가능해졌죠.
직각 스테이플은 미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지향한 혁신적인 문구류다.
스테이플러 설계 도면을 만들고 나서 그 안에 들어가는 스테이플 금형을 제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침이 빠져나오거나 구부렸을 때 너무 길거나 짧지 않게끔 길이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다만, 저희가 중국에서 원자재를 1톤 단위로 수입해 프레스로 직접 생산하고 있어 몸이 좀 힘들 뿐이죠. 적어도 40톤 이상은 맡겨야 외주가 가능해요. 그래도 개발자 입장에서 저희가 제조까지 컨트롤하며 외부 업체 의존도를 조금 낮추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도 적을 듯해 지금은 직접 하고 있어요.
처음엔 스테이플러를 작동할 때의 소리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티키티키’라는 의성어를 이름으로 정했어요. 그런데 시리얼이나 약으로 이미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때 떠올린 단어가 ‘코나바리’였어요. 경상도에서 보통 모퉁이를 사투리로 코나바리라고 하는데, 이 단어를 활용했죠. 여기에 의미를 좀 더 부여해 ‘corner’와 ‘very’를 합쳤어요. 알고 보면 지역색이 섞인 이름이죠. 해외에 갔을 때 외국 분들이 “코너 관련한 베리 좋은 제품이구나”라고 좋게 해석해주시더라고요.(웃음) 저희가 합성한 단어라 여러모로 등록하기도 편했어요.
패키지를 만들 때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분이 있고, 미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분이 있는데, 저희 제품이 딱 그 중간 어딘가에 선택지로 있는 듯해요. 뚜껑 형태의 상자를 만들 때 골격이 되는 두꺼운 종이가 있고, 그 위에 얇은 종이로 전체를 한 번 감싸서 만드는 방식이 있어요. 작업 공정이 복잡하고, 종이 사용량도 많으니 비용이 높아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접이식 박스가 많이 나오긴 했는데, 이 형태도 종이 사용량이 너무 많아지죠. 스테이플러로 찍으면 종이도 최소화하고, 접착도 하지 않고, 공정 과정도 많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이 스테이플러는 불필요한 요소를 다 덜어낸 형태고, 박스 전개도도 기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에요.
스테이플러와 전용 스테이플이면 충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디자인 관련한 업이 아니면, 패키지 제작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단가에 맞춰 최소 수량, 최소 디자인으로 양식을 만들어 패키지 제작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그 대신 최대한 재생지를 이용하는 게 제품의 취지와 가장 적합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해 벌목을 하지 않거나 유해한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종이를 추천하려고 해요. DIY 느낌으로 무지 패키지에 스탬프, 스티커 등을 활용해 개성 있게 꾸미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김영진 대표.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종이 자체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저희 박스 패키지는 ‘두성종이’의 종이로 만드는데, 실제로 업체에서 저렇게 자투리 종이를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너무 좋은 취지인 것 같아 저희도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추후에는 가죽 자투리로 트레이를 만들거나, 파일 보관함처럼 직각 스테이플러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렇죠. 아무래도 지금은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개인 판매자나 공예가 등 예술가분이 많이 찾으세요. 해외 편집숍에서도 가치를 알아봐주시지만, 조금 더 개인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한창 사업을 개발할 때 사업성에 의구심을 품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2020년에 완성품도 없이 견본품만 들고 간 프랑스 파리의 '메종 앤 오브제MASION&OBJET' 페어에서 “찾고 있던 제품이다”라고 얘기한 분이 계셨죠. 그때 ‘우리가 지금 아예 수요가 없는 제품을 개발한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해외의 몇몇 편집숍에서 입점 제의를 해주시니 감사했죠. 국내외 페어는 다 열심히 참가하려고 해요. 일부러 바이어나 다른 업체도 찾아다니죠. 덕분에 국내에서도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 3층 건물 전체를 종이와 필기구로 채운 서울의 상징적인 문구점’ 대표님을 만나 입점할 수 있게 됐어요.
아무래도 스테이플러 시장에서 저희가 최초로 핸디형 직각 스테이플을 만들었기에 독점적 위치를 확보했다는 자부심이 있죠. 저희 기술로 특허 등록도 해뒀어요. 조금 개량한다거나 다른 방향으로 만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보호 장치죠.
최소 수량, 최소 디자인으로 양식을 만들어 패키지 제작도 진행하는 코너버리. 최대한 재생지를 이용해 만든다.
코너버리의 스테이플러 모습.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디자인만 하던 사람이 생산부터 기술 개발, 마케팅까지 전 분야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긴 했지만요. 사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상황이에요.(웃음) 그래도 한 번씩 노력한 결과물이 나오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또 계속해서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저희가 목표하는 부분은 핸디형의 한계를 뛰어넘어보자는 거예요. 대량 생산하는 분들을 위해 공업용으로 자동화 기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그래도 이제는 저희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처음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스테이플러 자체를 주인공으로 해서 저희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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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버리만의 기술이 돋보이는 제품 3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