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명가 안명규 커피의 낭만과 여유를

우리가 떠올리는 카페의 모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무하던 1990년에 커피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곳은 대구의 ‘커피명가’다.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이던 시절, 커피가 지닌 정서적 기능에 주목한 안명규 대표는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회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밝을 명’을 의미하는 커피명가의 이름처럼, 커피로 고객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조력자가 되고자 기꺼이 자청했다. 그의 바람대로 커피명가는 국내 커피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커피명가는 전국 곳곳에 자리하며 커피와 공간이 품은 낭만과 행복을 많은 이에게 선사하고 있다.

커피명가 안명규 커피의 낭만과 여유를

커피명가 안명규 커피의 낭만과 여유를

우리가 떠올리는 카페의 모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무하던 1990년에 커피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곳은 대구의 ‘커피명가’다.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이던 시절, 커피가 지닌 정서적 기능에 주목한 안명규 대표는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회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밝을 명’을 의미하는 커피명가의 이름처럼, 커피로 고객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조력자가 되고자 기꺼이 자청했다. 그의 바람대로 커피명가는 국내 커피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커피명가는 전국 곳곳에 자리하며 커피와 공간이 품은 낭만과 행복을 많은 이에게 선사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배전기(로스팅기)를 발명해 자가 배전을 시작한 커피명가.

커피명가가 탄생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어요. 대구를 커피명가의 연고지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제 고향이 경주예요. 1988년에 경주 카페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했죠. 창업을 앞두고 여러 도시를 살펴보다가 대구 경북대학교 근처로 정했어요. 당시 20대 중반이었는데,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과 같은 연배잖아요. 그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저는 카페를 하고, 하는 일은 다르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친구들과 같은 시선으로 살아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결정적으로 친구들에게 커피 DNA를 심어주고 싶었고요.

2021년 11월 경산으로 이전한 커피명가는 ‘커피명가 본’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커피 DNA란 어떤 건가요? 1990년이면 프랜차이즈 카페도 없을 때고 지금처럼 카페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인데요.

낭만이나 여유를 갖게 하는 거죠. 꿈을 꾸고 사유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 커피의 힘이자 카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사고할 때 심리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다고 보거든요. 카페가 고급 문화는 아니지만 제겐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당시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안 되던 때인데, 우리가 좀 더 잘 살게 되면 그때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미리 경험해보자는 거죠. 대구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준과 모델이 없었거든요. 커피명가가 그런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커피명가 본점의 내부 모습.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처음에 커피명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당시 카페의 99%는 지하 공간이었어요. 문을 열면 지하 특유의 습한 기운과 찌든 담배 냄새가 뒤섞여 풍겨나죠. 조도가 낮아서 앞도 잘 안 보여요. 그리고 자리가 전부 칸막이로 막혀 있었죠.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너무 싫었어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선명하고 싱그럽게 바꾸고 싶었죠. 우선 저희 카페는 금연 구역이었어요. 이것부터가 신선한 충격이었죠. 2층에 공간을 두고, 농원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식물을 잔뜩 두었어요. 그리고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한두 시간씩 피아노를 연주하고, 라이브 연주가 없을 땐 클래식을 틀었어요. 여럿이 와도 좋고 혼자 와도 편하게 공부하고,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밝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었죠.

공간은 물론이고 커피 자체에도 늘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열정적으로 연구하셨어요.

커피명가가 잘한 것 중 하나는 커피와 공간에 대한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의 질적 진화라고 생각해요.
로스팅에 대한 발견으로 커피 혁명을 일궈냈다고 할 수 있죠. 국내 최초로 배전기(로스팅기)를 발명해 자가 배전을 시작했어요. 다른 나라는 기술 발달이 훨씬 앞서서 이미 자가 배전을 하는 곳이 많았거든요. SCAASpeciali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회원이 되어 전 세계를 돌며 커피 기술을 배우고 세계의 커피 명인들과 교류했죠. 로스팅만큼이나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이 원두기 때문에 커피 원두는 원산지를 방문해 직접 보고 구매했고요. 현재 커피 문화와 시스템의 초석을 커피명가가 다졌다고 자부합니다. 이제는 그 초석을 기반으로 저희보다 더 잘해내는 곳이 많아졌어요. 뿌듯한 마음이 커요.

작년 11월, 동성로에서 30년 가까이 운영하던 본점을 닫고 경산에 멋진 공간을 만드셨죠.

이번 기회에 내가 왜 커피를 좋아했고, 커피를 통해 어떤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다시 곱씹어봤어요. 저는 도시가 아닌 사과밭인 가득한 목가적 환경에서 자랐어요. 혼자 사과밭 창고에 들어가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죠.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며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도 펼칠 수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동경을 품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유로움을 느끼며 충분히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사과 밭 창고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이 공간의 즐거움을 즐기면 좋겠다고요. 탁 트인 대지 주변으로 샛강도 흐르고, 기차도 지나가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행기가 나는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마음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랍니다.

안명규 대표는 커피를 통해 대구 시민에게 낭만과 여유를 전하고자 했다.

지금은 카페가 건물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많아요. 그리고 어느새 커피 하면 대구가 아닌 강릉이나 제주처럼 다른 도시를 떠올리기도 하죠. 대구가 다시 커피의 도시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아요.

이 화두는 요즘 제가 풀어야 할 숙제예요. 크게 보면 도시 중에 대구의 경제지표가 매해 가장 낮아요. 많은 젊은이가 대구를 떠나고 있죠. 우선 대구가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하고, 이 안에서 카페는 사회를 리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카페를 운영한다는 점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기능은 퇴색하고, 외관이나 커피의 기술적인 부분만 지향하는 카페가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중요한 요소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커피를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다시 만들고 있어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구상한 밑그림이 있나요?

대구가 서울처럼 인구가 많지도 않고, 부산이나 강릉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지도 않잖아요. 대구의 특징은 내륙 도시라 엄청 덥고 또 엄청 추워요. 그 때문에 실내에서 하는 예술 활동이 많이 발달했죠. 예술적 요소가 다른 도시보다 풍부하다는 게 강점이에요. 그리고 대구에는 아직 옛 건물이 많아요. 투박하면서 독특한 분위기의 풍경을 살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 교토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거든요.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예술 네트워크를 살려 교토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 어떨까 해요. 누군가는 동적인 곳에서 쉬고 싶지만, 정적인 곳에서 쉬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커피명가 본점의 외관.

어느덧 고향보다 대구에서 더 오래 지내셨을 텐데, 대표님 마음속 대구는 어떤 도시인가요?

대구는 ‘정겹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마치 외갓집 같아요. 언제 가든 무조건 기분 좋고 항상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대구는 변화에 대한 노출이 적어 폐쇄적인 요소도 분명 있지만, 그 덕분에 옛것이 무사히 보존되기도 했어요. 도시도 그렇지만 사람도 비슷해요.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도 변치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한결같다는 게 편안함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겐 안심되고 정겨운 도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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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엘 인헤르또 프리미엄 블렌드Guatemala El Injerto Premium Blend

커피명가가 농장에서 독점으로 공급받는 신선한 그린 빈을 매일 로스팅해 섬세하고 풍부한 풍미를 지닌 커피명가 핸드 드립 스페셜티 커피 중 하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보디감과 구조감이 매력적이며, 크림이 연상되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오래 지속되는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금구리 대추라테

경산 금구리의 특산물인 대추를 활용해 만든 건강하면서도 달콤한 커피명가의 시그너처 금구리 대추라테. 햇대추의 진한 향을 담은 대추라테 한 모금으로 몸의 온기를 높일 수 있다. 함께 제공하는 달큰한 대추정과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수제 딸기케이크

커피와 함께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커피명가의 시그너처 디저트. 매일 농장에서 가장 맛있고 신선한 딸기를 수확하고 선별해 공장이 아닌 커피명가 패밀리 숍에서 딸기를 직접 손질한다. 딸기를 층층이 가득 쌓아 첫입부터 마지막까지 부족함 없이 딸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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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낭만과 여유를
  • EditDanbee Bae, Jihyeon Moon PhotographYeseul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