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모가
오가닉모가의 오랜 세월을 견뎌낸 적산가옥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잊히지 않는 모습이다.
차나무 줄기 끝의 어린잎에 나는 흰 솜털을 뜻하는 페코Pekoe. 앞산카페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차와 함께 직접 만든 화과자를 즐길 수 있는 티룸 겸 화과자 전문점이다. 소담한 화과자를 비롯한 이곳의 모든 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수제 앙금으로 만드는 화과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메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우선 앙금을 만들기 위해 6시간 동안 콩을 불린 후 물을 갈아주며 1시간 정도 삶는다. 삶은 콩은 물과 함께 체에 부드럽게 으깨 고운 콩 앙금을 만드는 작업을 두세 번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설탕을 넣고 함께 덖으며 수분을 날린다. 이렇게 완성된 수제 앙금에 제철 과일 등의 재료와 함께 색과 맛을 내 한 편의 그림 같은 화과자가 만들어진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화과자는 달지 않아 어떤 차와 즐겨도 그 맛과 향이 조화롭다. 이곳의 티 라인업은 녹차·백차·홍차·우롱차 총 4종으로, 모두 곡물·꽃잎 등을 더해 만든 블렌딩 티다. 계절에 따라 블렌딩 재료가 바뀌기도 하는데, 수수한 향미의 차 맛을 지키기 위해 부재료가 베이스가 되는 찻잎의 향미를 압도하지 않도록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원칙이다. 페코는 계절마다 제철 재료로 만든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인다. 다가오는 봄에는 향긋한 쑥과 새콤달콤한 금귤로 만든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푸릇푸릇한 초록의 기운이 맴도는 요즘. 이곳에 들러 차의 향을 음미하고, 눈과 입으로 화과자를 맛보며 계절의 변화를 만끽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