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 박진현양말에 담은 진심
대구 섬유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1507 박진현 대표는 정직하고 튼튼한 양말을 제작하고 있다.
“Keeps beauty through years of use수년간의 사용을 통해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합니다”. 2018년 첫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 캐치볼의 제품 소개에 적힌 문구다. 일본 오카야마현 쿠라시키 함푸Kurashiki Hampu의 컨버스 원단을 사용해 오랜 세월 그 아름다움과 품질을 유지하는 캐치볼의 가치를 잘 드러낸 문장이다. 캐치볼은 기존의 컨버스화가 지닌 단점을 모두 상쇄했다. 얇고, 잘 찢어지고, 발이 아픈 컨버스화가 아닌, 탄탄하고 편안한 내구성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불과 5년 만에 명실상부 국내를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가 된 캐치볼. 대구 봉산동에 위치한 캐치볼의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자 본사에서 이경민 대표를 만나 캐치볼의 매력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Keeps beauty through years of use수년간의 사용을 통해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합니다”. 2018년 첫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 캐치볼의 제품 소개에 적힌 문구다. 일본 오카야마현 쿠라시키 함푸Kurashiki Hampu의 컨버스 원단을 사용해 오랜 세월 그 아름다움과 품질을 유지하는 캐치볼의 가치를 잘 드러낸 문장이다. 캐치볼은 기존의 컨버스화가 지닌 단점을 모두 상쇄했다. 얇고, 잘 찢어지고, 발이 아픈 컨버스화가 아닌, 탄탄하고 편안한 내구성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불과 5년 만에 명실상부 국내를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가 된 캐치볼. 대구 봉산동에 위치한 캐치볼의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자 본사에서 이경민 대표를 만나 캐치볼의 매력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군대를 전역한 후에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어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는데,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취업보다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2013년 즈음이 대학에선 창업 동아리가 한창 지원금을 많이 받던 시기였어요. 아이템 선정을 고민하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신발로 하면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운동화는 무조건 대량생산이더라고요. 하지만 자본금이 없었기에 한 켤레씩 제작할 수 있는 수제화를 택했죠.
겁이 많아서 대구를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서울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더라고요. 대구에서도 마냥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임대료나 물가 등 여러모로 더 낫다고 생각했죠. 신발 산업이 부산이 유명하다는 것도 처음엔 몰랐어요. 좋아만 했지 무지하고 무모했던 거죠. 그저 인터넷 검색창에 ‘수제화’라고 입력해서 나온 한국수제화협회 같은 곳에 무작정 전화하고 찾아갔는데, 운이 좋았어요. 금강제화에 다니던 개발실장님이 은퇴 후에 고향인 대구로 다시 오셨다고 소개를 받았거든요. 정말 명인이세요. 덕분에 설계·개발·제작 등 모든 과정을 배우면서 할 수 있었죠.
캐치볼은 기존의 컨버스화가 지닌 단점을 모두 상쇄했다.
이경민 대표는 창업 아이템으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신발을 택했다.
운동화 같은 대량 제작 신발 산업 시설은 주로 부산에 갖춰져 있지만, 수제화였기에 부산 대신 서울 성수동에서 제작했어요. 대구가 아무리 섬유산업이 발달했다고 해도 신발과는 완전 별개였어요. 인프라가 전무한 대구에서 기반을 쌓아 올리기엔 제가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전혀 없었어요. 다른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2015년부터 시작한 수제화 사업은 완전히 망했어요.(웃음)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물론 하이엔드 제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클래식’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전통성이라는 베이스가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젊은 사람이 수제화를 만든다니까 처음엔 관심 갖는 분도 있었지만, 사회는 냉정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구매하진 않죠. 더욱이 구두 한 켤레당 제작 비용만 10만 원이 족히 넘어서 수지 타산도 맞지 않았어요. 시중에 고품질의 가성비 좋은 구두가 많으니, 저희 제품을 구매할 이유는 없을 테고요. 수제화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니 나와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라는 걸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어요.
스니커즈 앞코의 울퉁불퉁한 디테일이 특징적이다.
이미 대출금만 3억이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계속 나아가야 했고, 수제화 대신 운동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죠. 그러다 은인들을 만났어요. 부산에서 제화용 컨버스 원단을 제작하는 공장 실장님이 공장 시설을 이용해 컨버스 신발을 제작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생산 기반이 해결되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캘리브랜드CLB’라는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어요. 한국의 1세대 편집숍이라 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마켓’과 대구의 명물 ‘커피명가’도 이곳에서 브랜딩했죠. 캘리브랜드에 브랜드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마켓 한태민 대표님을 연결해주셨고, 한 대표님은 일본산 고급 컨버스 원단을 추천해주셨죠. 모든 기운이 저를 스니커즈로 끌어당기는 듯했어요.
전문가의 힘입니다. 캐치볼은 샌프란시스코 마켓에 입점해 판매할 수 있었어요. 샌프란시스코 마켓은 그간 해외 브랜드만 소개했기 때문에, 방문한 고객들이 ‘해외에서 또 좋은 브랜드 가지고 왔나 봐’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콘셉트였죠. “짠~ 해외 브랜드가 아니라 국내 브랜드였습니다. 심지어 대구 브랜드입니다.(웃음)” 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었어요. 브랜드명은 캘리브랜드에서 추천해준 여러 후보 중에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캐치볼’을 택했죠. 그 후에 ‘1950년대 군용 운동화’라는 구체적인 콘셉트를 토대로 2종의 초기 제품을 제작했어요. 스니커즈 앞코에 울퉁불퉁한 디테일은 ‘벌크나이즈드Vulcanized’라고 하는데, 이건 군인들이 신발로 빨리 흙을 파내야 해서 생긴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브랜드 히스토리에 녹여 넣는 거죠.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우리 제품에 어떻게 담겼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정말 빈털터리였어요. 2017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자금이 없어서 디자인 하나에 두 가지 색깔로 샘플을 만들어 가져갔어요. 그렇게 두 켤레만 들고 단출하게 갔는데,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텀블벅의 한 에디터님이 저희 제품을 보더니 펀딩 판매를 제안했어요. 콘텐츠만 있으면 미리 제작 비용을 받을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정말 영혼을 끌어모아 제품 소개서를 작성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명성 높은 샌프란시스코 마켓과 협업하는 곳”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어요. ‘샌프란시스코 마켓이 택한 곳이라면 잘하는 곳이겠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거죠. 2018년 봄에 진행한 펀딩으로 무려 8,200만 원이 모였고, 그때부터 빚도 갚고 안정적인 운영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일반적으로 다른 컨버스와 비교해서 다른 건 하나도 없어요. 그 대신 고품질 소재만 사용하겠다는 확고한 다짐은 있어요. 캐치볼은 아직 역사라고 할 게 없는, 몇 년 되지 않은 브랜드잖아요. 하지만 사용하는 소재는 이미 검증된 것들이니까, 소재의 전통성을 제품에 녹여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4대째 전통 방식을 따르는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일본 오카야마 컨버스 원단이나, 130년 전통의 이탈리아 벨벳 코듀로이 원단 같은 고급 소재로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거예요. 안창도 세계적 인솔 전문 업체 ‘오솔라이트’의 제품이라 쿠셔닝과 복원력이 월등하죠. 이런 소재 하나하나가 캐치볼을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손에 꼽히는 스니커즈 브랜드 중 하나가 되고자 하는 캐치볼.
개인적으로 스니커즈는 디자인 종수가 많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원단과 색의 변화만 있어도 수요는 충분하다고 봐요. 캐치볼의 시작이 하나의 디자인, 두 가지 색상이었잖아요. 디자인 종수는 천천히 늘려나가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다른 보완할 점을 찾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여겼어요. 소재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되더라고요. 추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코듀로이 원단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고민하다 만들게 되었죠. 경북 영천에서 진행하는 천연 염색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가, 색이 너무 고와서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닌 원단을 염색해 제품에 적용했죠. 다행히 소비자는 이런 다양성을 캐치볼의 개성으로 생각해주세요.
예전에 인터뷰하다가 “우리는 절대 컨버스CONVERSE랑 반스VANS는 못 이긴다”라면서 한 말인데, 다들 엄청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사실이니까요. 컨버스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 브랜드인걸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저 두 브랜드를 제외하고 마땅히 떠오르는 스니커즈 브랜드가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설프게 1등을 추구하지 말고, 손에 꼽히는 스니커즈 브랜드 중 하나가 되면 우리는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마음이에요.
올해 가을부터는 기능성을 강조한 라인으로 넘어가려고 해요. 예를 들면 골프화, 조깅화, 트레킹화 같은 것요. 캐치볼은 컨버스화 브랜드로 남겨두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지, 아니면 브랜드는 통일하고 라인만 다르게 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해요. 지금 나온 샘플을 보면 ’15 하트피프티 러브’가 그려져 있어요. 테니스에선 스코어 0을 제로라고 하지 않고 러브라고 해요. 숫자 ‘0’이 달걀 모양을 닮았고, 프랑스어로 표기된 달걀l'Œuf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발음이 ‘러브’가 되거든요. 상대편 점수가 0인 상태에서 승리하는 걸 러브게임이라고 하죠. 테니스의 역사를 신발에 녹여서 승부 자체보다 공을 주고받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거죠.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요.
캐치볼을 신은 이경민 대표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대구를 기반으로 한 컨버스화 브랜드 캐치볼은 앞으로 기능성을 강조한 다양한 수제화 라인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한데 아직은 먼 이야기 같아요. 대구 안에서 인프라가 다 갖춰진다면 훨씬 편하고 대구 경제 발전에도 좋겠지만, 캐치볼이 지금보다 몇백 배는 더 잘돼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대구 색깔을 입힌 신발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브라질 해안가에서 뛰어놀다가 만든 슬리퍼라든가, 스웨덴 해안 항구에서 어부들이 생존을 위해 입던 니트라든가 지역색을 살려서 상품화한 브랜드들이 있더라고요. 대구에 산이 많으니까 산악화를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하나씩 구현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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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캐치볼 제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