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eOctober 21, 2022
미래농원
울창한 소나무로 가득한 조경수 농원이던 자리에 ‘정원’을 모티브 삼아 인디 핑크색의 건물이 불쑥 들어선 이곳.
12년 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대구 섬유산업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양말 전문 브랜드 ‘1507’이다. 1507은 정직한 원사로 정직한 과정을 거쳐 양말을 제작한다. 원가를 낮추고 마진을 높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실과 부자재를 활용해 대구 공장에서만 제작한다는 자부심을 지키고자 한다. 그렇게 만든 양말은 많아야 하루에 10켤레를 판매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한 달에 40만 켤레는 거뜬히 판매한다. 양말이란 한 우물만 판 지 어언 12년, 지금 1507은 어떤 마음을 양말에 담고 있을까?
12년 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대구 섬유산업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양말 전문 브랜드 ‘1507’이다. 1507은 정직한 원사로 정직한 과정을 거쳐 양말을 제작한다. 원가를 낮추고 마진을 높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실과 부자재를 활용해 대구 공장에서만 제작한다는 자부심을 지키고자 한다. 그렇게 만든 양말은 많아야 하루에 10켤레를 판매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한 달에 40만 켤레는 거뜬히 판매한다. 양말이란 한 우물만 판 지 어언 12년, 지금 1507은 어떤 마음을 양말에 담고 있을까?
아버지가 대구에서 오랫동안 양말 공장을 운영하셨어요. 지금은 재개발로 없어지긴 했지만 그 공장 주소가 ‘1507-42번지’였거든요. 대를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번지수에서 브랜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대구 지역 양말 공장을 돌아다녀 보니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유니클로 등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을 많이 제작하더라고요. 라이선스 사업은 생산 규모 면에선 좋지만 언제든 생산지가 다른 나라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정함이 있어요. 이렇게 좋은 실력으로 다른 브랜드에 납품만 하는 게 너무 아까워 우리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양말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을 가보니 국내 스파 브랜드와 달리 양말 섹션이 엄청 크더라고요. 양말에 이렇게 큰 구역을 할당한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죠.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 주소 ‘1507-42’번지에서 이름을 따온 ‘1507(일오공칠)’.
양말이 제작되는 모습을 보고 있는 박진현 대표.
대구가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대구의 양말 공장을 보며 자랐어요. 대구는 특이하게 가정집과 공장이 결합된 형태가 많아요. 지상은 가정집으로 사용하고 지하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이죠. 밖에서 보면 공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요.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만큼 예전엔 이런 공장이 수백 개나 되었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어요. 여전히 이곳에서 20~30년 넘게 양말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솜씨를 보니, 이분들과 함께한다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점점 1507의 규모가 커지니까 과거 섬유산업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은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사양산업의 하나로 떠나보내긴 싫습니다.
시장조사를 했는데, 국내 양말 브랜드 가운데 판매율이 높은 제품은 디자인이 멋있더라고요. 그런 디자인 전문가들을 제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돌고 돌아 ‘기본에 충실하자’고 마음먹었죠. 한 시즌이 지나면 해지는 양말이 아니라 오래오래 신을 수 있는 품질 좋은 기본 흰 양말이죠. 그렇게 흰 양말 판매가 안정화된 후 소재를 다양화하기 시작했어요.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들께서 엄청 도움을 주고 계세요. 대나무 양말도 1980년대에 아저씨들이 많이 신었다고 아이디어를 툭툭 던져주셨죠. 구멍이 잘 나는 대신 신으면 정말 시원하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해 누구나 오랫동안 신을 수 있는 1507의 흰 양말.
정직하게 만든 양말을 택배 차에 싣고 있다.
같이 일하던 친구와 술 마시다가 생각난 아이디어예요. 원래 생산자의 얼굴과 생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농수산물 추적 이력 같은 걸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도,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사진 나오는 걸 엄청 싫어하셔서 무산됐죠. 신뢰도를 높일 방법을 궁리하다 떠오른 게 ‘구멍 난 양말을 새 상품으로 교환해주자’였어요. 양말 자체의 단가가 높지 않다 보니 어찌 보면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긴 했지만요. 반신반의하며 구멍 난 양말을 보낸 분들께 진짜로 새 양말을 보내드리니 감동받아 양말을 더 구입하세요.(웃음) 서로 윈윈Win-win하는 거죠.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양말을 만들고 싶어요. 무료 배송이나 양말 보증 제도도 1507을 몰라서 못 사는 사람은 있어도 알면 굳이 안 살 이유가 없도록 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예요. 그리고 1507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요. 선글라스를 팔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젠틀몬스터’나 햄버거를 팔면서 굿즈도 제작하는 ‘노티드 도넛’처럼요. 양말을 만드는 동시에 1507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거죠. 대구 동성로에서 F&B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양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외식 사업을 통해 1507을 알린다면 더 재밌고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대구 하면 맛집이죠. 대구 음식이 맛이 없다거나 자극적이라고 여기는 분도 있지만 사실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도 많거든요. 딱 세 군데를 추천하자면, 우선 육개장을 파는 ‘옛집식당’이에요. 파의 단맛과 간 마늘, 그리고 국물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죠. 두 번째는 추어탕 전문인 ‘상주식당’. 여기도 2대째 운영하는 곳인데, 겨울엔 문을 닫고 4월부터 11월까지만 영업해요. 그리고 대구에 생고기가 유명하잖아요. 잘 알려진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신녹향생고기’를 꼽을 수 있죠. 부추무침을 내어주는데 뭉티기랑 같이 먹으면 정말 끝내줍니다.
박진현 대표는 양말 브랜드 1507로 대구 섬유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파워풀Powerful’요. 대구 슬로건이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에서 ‘파워풀 대구Powerful Daegu’로 바뀌었는데 마음에 들어요. 컬러풀이 섬유 도시를 상징하는 의미였다면, 파워풀은 섬유산업을 되살리고자 하는 동력이 되는 단어니까요. 섬유뿐 아니라 어떤 영역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어넣는 역동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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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 박진현 대표가 추천하는 1507 양말 베스트셀러 3
모노 트라우져 삭스
탄탄한 밴딩으로 흘러내림을 최소화한 1507의 스테디셀러 제품. 일반 양말보다 길이가 길어 착용 시 종아리까지 덮을 수 있고, 고급 양말에 사용하는 200침으로 제작해 발에 밀착되는 착용감을 선사한다.
유니섹스 컬러 트라우져 삭스
총 15컬러 중 5컬러를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는 컬러 삭스. 차분한 베이직 컬러부터 포인트로 착용하기 좋은 컬러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그날의 기분에 맞춰 다양하게 매칭하기 좋다. 또한 넓은 면적의 부드러운 밴드와 발목 입구의 쫀쫀한 밴드가 이중으로 발목을 잡아주어 더욱 안정감 있게 착용할 수 있다.
클래식 더블 애슬레틱 삭스
짱짱하고 도톰해 활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양말. 2중 니팅 기술로 제작한 발바닥 부분의 이중 쿠션이 발의 피로도를 낮춰주며 포근하고 안정적인 착용감을 선사한다. 발 아치 부분의 밴드는 신발 속 뒤틀림을 최소화한다.
울창한 소나무로 가득한 조경수 농원이던 자리에 ‘정원’을 모티브 삼아 인디 핑크색의 건물이 불쑥 들어선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