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코북스 기탁 그림으로 남긴 담백한 일상의 편린

타바코북스의 작품에는 작은 위로와 계절의 향기가 배어 있다. 약간의 담배 냄새도 함께. 고단한 일상 속 담배 한 개비가 주는 위로에 기대는 사람들. 기탁 작가가 그리는 우리의 삶은 찬연한 여름 태양 빛 아래에서 영원할 것처럼 반짝이다가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한없이 움츠러들어 목도리만큼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기도 하다.

타바코북스 기탁 그림으로 남긴 담백한 일상의 편린

타바코북스 기탁 그림으로 남긴 담백한 일상의 편린

타바코북스의 작품에는 작은 위로와 계절의 향기가 배어 있다. 약간의 담배 냄새도 함께. 고단한 일상 속 담배 한 개비가 주는 위로에 기대는 사람들. 기탁 작가가 그리는 우리의 삶은 찬연한 여름 태양 빛 아래에서 영원할 것처럼 반짝이다가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한없이 움츠러들어 목도리만큼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 직장을 다니다가 1인 출판 레이블인 타바코북스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8년여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작업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세점들’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앨범 아트 콘셉트의 간행물을 만들어 독립 서점인 더폴락The Pollack에 입고했죠. 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서점에서 아트북 페어 참가를 독려해주시더라고요. 지금처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린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그다음 해인 2017년 ‘부산 아트북 페어’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타바코북스 활동을 시작했죠.

타바코북스라는 출판사명에도 ‘담배타바코, タバコ’가 들어가고, 그림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담배를 태우고 있어요. 담배가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처음 북 페어에 참여할 때 제작한 책이 <여름을 태우는 책>이에요. 저처럼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들을 그렸는데, 이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담배예요. 이 책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사 이름도 타바코북스가 됐어요. 작품마다 담배를 태우는 인물이 계속 등장하니 어느새 타바코북스의 시그너처이자 분위기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1인 출판 레이블인 타바코북스는 기탁 작가의 8년여간 직장 생활 끝에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갈증에서 시작됐다.

기탁 작가는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고, 아내의 도자 공방 공간 곳곳에는 타바코북스의 작업이 자리한다.

작품의 배경이 대부분 1980~1990년대라 현재보다 과거를 떠올리게 해요. 그 시절의 어떤 감성이 작가님을 매료시키는지 궁금해요.

1980~1990년대의 가전과 디자인, 아트워크를 좋아해요. 소품도 하나씩 모으고 있는데, 좋아하는 걸 그리다 보니 그 시대 분위기가 자연스레 스며든 듯해요. 시티팝을 좋아하는 분들이 비슷한 결로 타바코북스의 작품을 많이 좋아해주시지만, 사실 시티팝 특유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표현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오히려 저는 잔잔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그림에 담으려고 해요.

시티팝보단 키린지Kirinji, 패리스 매치Paris Match, 프리템포Free Tempo 등 일본 밴드 음악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일본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담긴 영화와 영상, 담백한 밴드 음악들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에요.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보면 그 멜로디와 어울리는 찰나의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그 상상을 기반으로 가상의 레코드판 커버를 제작했죠. 그 작품들 덕분에 국내 밴드 ‘참깨와 솜사탕’부터 일본 밴드 ‘램프LAMP’ 내한 공연 포스터, 이와이 슌지Iwai Shunji 감독의 <라스트 레터Last Letter>(2021) 굿즈 작업까지 맡게 됐죠. 제가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걸 그렸을 뿐인데 이렇게 ‘성덕’이 됐어요.

기탁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일본 문화를 좋아했다.

포스터는 주로 단행본을 제작하고 그 책으로 만들고 있다.

작품마다 전체가 아닌 포인트에 색을 입힌 점이 눈에 띄어요. 그림을 구상할 때 색채나 스케치 등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작업 방식을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저는 단행본을 제작하고 그 책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요. 주제마다 떠오르는 키 컬러가 있다 보니 한 시리즈가 나오면 색채의 통일성이 주는 안정감이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색을 정말 많이 사용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덧대고 칠하는 과정에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에 비해 포장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후로 다 덜어내기 시작했죠. 스케치도 선과 면의 비중을 계속 고심해요. 최대한 담백하게 그리려고 하죠. 더 이상 덜어낼 부분이 없을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돼요.

그렇다면 대구라는 도시가 작가님의 그림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나요?

독립 서점인 더폴락에 들렀다가 만난 이들로 인해 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그 사람들 덕분에 제가 모르던 독립 출판의 세계를 알게 되었거든요. 나이, 학벌 이런 겉치레와 상관없이 오로지 그림에 대한 애정으로 돈독해진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아내를 만나면서 제 성향이 많이 바뀌었어요. 결국은 ‘대구에서 만난 사람’이네요.

아내분도 도자를 만드는 창작자라 더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는 이곳도 아내의 공방인데, 함께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보여요.

저는 모험심도 없고, 여행에도 관심 없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 그림의 포인트 컬러처럼 아내가 제 삶에 등장하면서 색채가 스며들기 시작했죠. 우선 여름이 좋아졌어요. 아내와 여행하면서 여름이 지닌 청량하고 생동적인 매력을 깨달았죠. 1인 출판사를 차리는 모험도 예전의 저였다면 하지 못했을 거예요.

2020년에 독립 서점인 고스트북스Ghostbooks에서 주최한 <대구의 모양과 색>이라는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 출품한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대구를 소재로 작품을 다시 만든다면 어떤 순간을 화폭에 담고 싶은지도 알려주세요.

대구에서의 삶을 트랙과 달리기에 비유한 ‘hometown’이란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했어요. 타바코북스를 시작하기 전엔 어떤 일을 하든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었지만, 타바코북스를 통해 오랜만에 설렘이 가득한 감정을 느끼게 됐거든요. 트랙에 올라서서 호각 소리가 울리기 전, 그 두근거리는 마음과 닮았죠. 전시 이후에는 대구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을 담은 <1990 Bookstore Cats>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친구들의 공간을 1990년대 분위기의 소품과 인테리어로 꾸며 변화를 주었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존재인 반려묘들을 소중하게 담기 위한 표현 방법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다음에 대구와 관련된 작업을 한다면 이런 순간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제가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담아내고 싶어요.

기탁 작가는 타바코북스를 시작하며 삶의 원동력을 찾았다고 말한다.

연초부터 좋은 소식이 있더라고요. 더현대 대구에서 1월 2일부터 2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다고요.

더현대 대구 4층에서 사진 전문 서점인 낫온리북스NOT ONLY BOOKS와 함께 팝업 스토어를 열어요. 페어가 아닌 팝업 스토어로 고객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면서도 긴장돼요. 신작도 공개할 예정이니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aker'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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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코북스가 엄선한, 소장하기 좋은 작품 3점

Blue Line and Car

완벽한 직선처럼 보이는 드넓은 수평선도 사실 아주 가까이서 보면, 쉼 없이 요동치는 크고 작은 굴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먼 곳에서 바라본 수평선처럼 고요해 보이지만 실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을 ‘Blue Line’이라는 타이틀로 정해, 시리즈로 작업하고 있다.

1990 Bookstore Cats

사랑스러운 고양이 ‘쿠로’를 안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면과 라인의 조화 그리고 생략과 표현의 밸런스에 중점으로 두고 만든 작품. 타바코북스의 무드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Nostalgic Moments

어머니의 오래된 사진을 보다가 만든 신작 의 표지 그림. 내가 태어난 해 엄마의 모습과 어느 바닷가 마을을 상상하며 그곳의 스냅샷을 기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