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최은주 관장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다
대구의 얼을 담아내며 지역민의 삶과 밀착된 대구미술관.
산업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세계는 어디에도 수렴하지 않는다. 유수의 브랜드와 수많은 공간 디자인 협업을 했음에도 그가 만드는 모든 것은 제로에서 시작해 판타지적 경험으로 귀결한다. 그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장소를 만들고, 세상에서 만난 적 없는 경험을 그린다. 그래서 인간이 태어나 처음 감각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펼치고, 자신을 포함해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번에 그가 택한 세계의 무대는 약 4,297㎡(1,300평)의 광활한 문화 광장, 더현대 대구의 ‘더 포럼’이다. 대구는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음악감상실과 다방에 모여 어두운 시기를 예술로 밝힌 근대 문화의 보고다. 2023년, 더 포럼에는 어떤 예술적 교감이 생동할까. 예술의 서사가 초현실적으로 연결되는 지금,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산업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세계는 어디에도 수렴하지 않는다. 유수의 브랜드와 수많은 공간 디자인 협업을 했음에도 그가 만드는 모든 것은 제로에서 시작해 판타지적 경험으로 귀결한다. 그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장소를 만들고, 세상에서 만난 적 없는 경험을 그린다. 그래서 인간이 태어나 처음 감각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펼치고, 자신을 포함해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번에 그가 택한 세계의 무대는 약 4,297㎡(1,300평)의 광활한 문화 광장, 더현대 대구의 ‘더 포럼’이다. 대구는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음악감상실과 다방에 모여 어두운 시기를 예술로 밝힌 근대 문화의 보고다. 2023년, 더 포럼에는 어떤 예술적 교감이 생동할까. 예술의 서사가 초현실적으로 연결되는 지금,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더 포럼의 공간은 크게 다섯 개의 파빌리온Pavilion,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든 임시적 건물로, 여기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의미함구조로 이루어집니다. 더 포럼을 관통하는 중심이자 다채로운 예술과 퍼포먼스가 열릴 ‘콜로세움’, 약 1,983㎡(600평) 규모의 카페인 ‘워킹컵’, 더 포럼의 영혼이자 반투명한 글라스로 둘러싸인 온실 ‘그린 하우스’, 더 포럼의 탄생 과정과 기록을 즐길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더 포럼 샵’, 제 세계관 속 캐릭터들을 조각으로 형상한 야외 정원 ‘게이츠 가든’까지. 처음 이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자유로웠어요. 그림 같은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 ‘그림에 들어가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하나의 그림으로 바라보는 거죠. 하늘, 사물, 건축물, 사람 그리고 세상을 이루는 요소들이 색깔, 그래픽, 형태, 구성, 대비, 텍스처 등에 의해 초현실적으로 구현돼요. 마치 판타지로 만든 풍경화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일반적 의미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림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이번 작업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더 포럼은 더현대 대구의 공간 안에서 하나의 ‘포럼Forum, 고대 로마 시대의 공공 집회 광장’을 만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마치 고대 로마 시대에 도시의 중심에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포럼이 있고, 구경거리를 즐기고 공유하는 콜로세움이 있던 것처럼 말이죠. 상점이나 카페가 작은 집과 같이 마이크로아키텍처에 통합돼요. 이처럼 문화 광장 안에서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콜로세움에서 워킹컵으로, 워킹컵에서 그린 하우스로 이동하고 연결됩니다.
바로 ‘투명성’과 ‘레이어’입니다. 저는 공간을 볼 때, 그 공간의 각자 다른 레이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장소에서 여러 시간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투명성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죠. 여기서 투명성은 ‘공간을 꿰뚫어본다’는 것을 의미해요. 저마다의 기능과 목적을 지닌 다섯 개의 장소가 분리되어 있지만, 아주 분리되지 않고 모두 연결되어 있죠. 그것은 곳곳에 구멍을 낸 창문, 거울 등의 요소로 구현했습니다. 어디에 앉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면이 보이는데, 우리는 어느 한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 장소마다 다양한 텍스처, 다른 형태와 색깔의 가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투명성이 바탕이 되어 수많은 레이어를 만드는 것이죠.
그림을 그릴 때, 한 가지 색과 그 주변으로 이어지고 연결되는 색 사이에 서로 어떤 관계가 있다고 봐요. 초록색은 또 다른 초록색으로 돌아오고, 파란색은 또 다른 파란색으로 돌아옵니다. 색과 색 사이에 어떤 조화가 형성되는 거죠. 이처럼, 거시적으로 바라보자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조화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보죠. 더 포럼의 바닥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저는 과거 고대 로마 시대의 포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는데, 이는 고대 로마인들이 그림으로 바닥을 아름답게 만들었다는 생각에서 기인했습니다. 더 포럼 바닥에 새긴 다양한 그래픽 요소가 천장과 벽에 입체적으로 구현되거나 조각으로 인해 3차원의 물질로 만들어질 때,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 만들어집니다.
더 포럼의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대규모’라는 점이었어요. 그렇기에 더욱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으로서 적합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떠올린 것이 바로 ‘파빌리온’의 구조였죠. 파빌리온은 아치형 입구와 출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치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동시에 투명성을 지닌 장치였어요. 아치를 지나치면 더 포럼의 중심인 콜로세움이 있고, 그 자리에서 워킹컵과 그린 하우스가 보이고, 게이츠 가든이 보입니다. 여러분이 어디로 가는지 정할 수 있는 셈이죠.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것, 시각적으로 공간을 전달하는 것. 나아가 개인이 자유롭게 가고자 하는 곳을 어떠한 방해도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 그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더현대와는 늘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작업을 해왔어요. 이번 작업에서는 특히 더 멀리, 다른 곳으로 가고자 하는 제 작업에 대한 세계관과 완전히 맞아떨어졌죠. 그들이 저에게 원한 것은 독특한 것, 새로운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었어요. 브랜드가 추구하던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기도 했죠. 이 작업은 오랜 기간을 거쳐 완성했어요. 여러 차례의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각계 전문가, 유럽에 있는 저희 팀, 더현대 팀의 노력과 합심으로 탄생했습니다. 실제로 브랜드 관계자분들과 가장 많이 논의한 사항은 ‘그저 그런 공간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포럼에 들어서는 순간 “와!”, “이게 뭐야?”, “새롭고 특별한 공간이야”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제3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던 세상을 발견하고, 에너지와 감정을 공유하는 것. 다른 곳으로 가보는 용기와 도전을 나누는 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와 토론하고, 감정을 교류하고, 어딘가로 나아가는 일이죠.
저는 줄곧 기능뿐 아니라 감정이 디자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이 잘 기능하도록,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그 이상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저 잘 기능하는 것 이상으로 공간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공간과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고, 개인이 느끼고 싶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간이 당신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공간이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 공간으로부터 자신이 느낀 감정은 무엇인지 볼 수 있어야 하죠. 어떤 각도나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더 포럼의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이 가장 처음으로 ‘특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더 포럼이라는 공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이유기도 하죠. 다음으로는, 사람들이 일종의 ‘포용’을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친구들과 또는 가족과 함께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뒤 훗날, 이 공간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좋겠어요. 더 포럼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에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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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 아욘과 더현대 대구가 만든,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더 포럼’ 공간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