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성당과 약령시장 사이 작은 골목 안에 서영홍합밥이 들어선 건 20년 전의 일이다. 누군가 오래 매만지고 가꾼 태가 나는 그곳은 식당보다 집에 가까운 모습이다. 김성남 대표는 매일 홍합밥과 들깨배추시래기된장국 그리고 모든 반찬을 정성 들여 만드는데, 그 열띤 고집과 애정은 부모로부터 이어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조부모, 부모와 함께 3대가 피란 와 대구에 정착해 생계를 꾸려나갔다. 홍합밥은 김성남 대표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에서 별미로 만들어주던 음식이다. 어머니의 조리법과 정성을 그대로 고수해 만들어 손님상에 내고 있다. 매일 새벽 싱싱한 홍합 껍데기를 일일이 분리해 준비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각종 재료로 우려낸 진한 육수에 홍합과 버섯을 넣어 바로 압력솥에 밥을 안친다. 별도의 고추 양념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으면 되는데, 고추 양념장은 서영홍합밥만의, 김성남 가족만의 특제 소스다. 고슬고슬하고 고소한 홍합밥과 함께 담백한 녹두전은 이곳의 두 번째 대표 메뉴. 100% 녹두콩만을 직접 불리고 간 뒤 넉넉한 기름에 구워 겉은 바삭 하고 속은 부드러운 평안도의 맛이다. 작은 기와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식사를 마치고 대문을 나설 때까지 따스한 기운이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