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현대 컬처커넥트 최진희 고객과 함께 만들어온 문화

화려한 물건으로 가득한 백화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물건들을 살뜰히 매만지고 공간을 돌보는 직원들의 마음이다. 1995년 8월 26일 범일동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하기까지 29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직원들에게 이 공간은 더욱 각별하다. 문화센터에서 자신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의 시간을 보내며 고객과 ‘부산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온 컬처커넥트 최진희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커넥트현대 컬처커넥트 최진희 고객과 함께 만들어온 문화

커넥트현대 컬처커넥트 최진희 고객과 함께 만들어온 문화

화려한 물건으로 가득한 백화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물건들을 살뜰히 매만지고 공간을 돌보는 직원들의 마음이다. 1995년 8월 26일 범일동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하기까지 29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직원들에게 이 공간은 더욱 각별하다. 문화센터에서 자신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의 시간을 보내며 고객과 ‘부산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온 컬처커넥트 최진희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7층의 모카 플러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문을 연 이후 29년째 근무 중이죠. 부산 토박이인 실장님에게 백화점이 자리한 범일동은 어떤 동네인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산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어요. 그중에서도 범일동은 제가 어린시절부터 엄마 손을 잡고 자주 오던 곳이죠. 부산진시장, 부산자유도매시장, 남문시장 등 규모 있는 전통시장이 범일동에 여럿 몰려 있거든요. 제가 어릴 때에 비해 많은 게 바뀌었는데, 특히 현대백화점이 생기면서 주변에 많은 편의 시설이 들어선 것 같아요.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개점한 1995년의 상황과 분위기가 궁금해요.

당시 부산에는 미화당백화점과 태화백화점 등 향토 백화점만 운영되고 있어 대형 백화점은 아직 낯선 형태였어요. 그해 6월 서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해 백화점에 대한 경계심이 사회 전반에 남아 있던 시기였지만, 현대백화점이 국내 대형 백화점 3사 중 부산에 처음 진출해 많은 지역민의 관심을 받으며 문을 열었던 것 같아요. 시설 규모도 크고 첫 공채 사원을 모집하다 보니 지역 내 일자리를 얻을 기회기도 했고요. 입사 당시 제 나이가 스물이었는데, 또래가 많아 다시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었죠. 이후 2006년에는 지방 백화점 최초로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 비통, 샤넬이 입점하면서 인기몰이를 했어요.

한 직장에서 29년을 지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듯해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입사 초기 3년을 제외하고 쭉 문화센터에서 근무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을 때예요. 방문객이 현저히 적을 걸 예상해 휴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백화점 오픈 이래 토요일 휴점은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게다가 저희는 고정적인 수업 일정이 잡혀 있다 보니, 고객에게 빨리 알려야 했죠. 당시 문자 시스템이 없어 일일이 고객분들에게 전화를 돌렸어요. “그렇지 않아도 안 가려고 했는데 잘됐어요”라고 말씀하는 분이 많아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예전에는 백화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했거든요. 마을버스처럼 정해진 몇몇 위치에서 사람들을 태운 뒤 백화점에서 내려주는 거죠. 부모님들이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아이만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곤 했는데, 도착 시간에 맞춰 전화로 아이의 도착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당시에만 느낄 수 있던 정겨운 지역 분위기죠. 귀한 인연을 맺기도 했어요. 엄마 손 잡고 발레 수업을 들으러 다니던 한 회원이 어른이 된 지금 문화센터 인기 강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고객의 일상과 함께한 소소한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그리고 당시에는 정기 휴점일에 직원끼리 야유회를 가거나, 근교로 여행을 가는 등 함께 어울릴 일이 비일비재해 더욱 돈독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때 친해진 직원들과는 여전히 안부를 주고받아요. 결혼 후 각자 이룬 가족들과 다 함께 놀러다니기도 하고요.

여러 팝업을 통해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아트 라운지.

이번 커넥트현대 오픈을 준비하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두 번의 오픈 준비를 함께했는데, 어땠나요?

오픈 준비 과정은 늘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1995년 오픈 당시에도 무척 설렜던 기억이 나요. 이번 리뉴얼 오픈 역시 매우 떨렸습니다. 부산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 공간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고 행복했죠. 다른 점도 있었어요. 리뉴얼 오픈이 두 번째다 보니,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듯해요. 한편으로는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데다 새로운 콘셉트에 맞춰 변화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느꼈고요.

컬처커넥트에서는 지역을 기반한 문화 체험 강좌가 1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이번 리뉴얼을 진행하며 가장 기대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주요 업무는 강의 기획과 운영이지만, 무엇보다 커넥트현대의 재탄생 그 자체가 가장 기대됐어요. 본사와 저희의 생각을 모아 기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공간과 동선을 만들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모든 동료가 같은 생각일 거예요.

문화센터에서 전반적 강의와 콘텐츠를 기획하며 운영하고 있죠. 강사도 직접 섭외하고요. 커넥트현대 리뉴얼이 문화센터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문화센터 수강생의 연령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저희 백화점이 위치한 범일동은 예전부터 부산에서도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지역이거든요. 쇼핑하는 분도, 문화센터에 오는 분도 나이대가 있는 편인데,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한 이후 영유아를 비롯해 어린이 강좌들의 신청 마감이 훨씬 빨라졌어요. 그만큼 젊은 고객이 늘어났다는 방증이죠.

문화센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요.

기존 문화센터가 컬처커넥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어요. 예술과 일상, 배움과 놀이,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색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 저희의 목표죠. 세분화된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한 원데이 클래스와 어린이를 위한 강좌를 신설했고, 지역 예술 전문가와 협력해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3개월 단위로 운영하던 기존 강좌를 1개월 단위로 전환한 거예요. 덕분에 트렌드를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되었죠. 인기 재테크 강사의 부동산 이야기, 유튜브 촬영, 이모티콘 그리기 등 트렌드를 반영한 강좌를 다수 기획했어요. 이모티콘 그리기 수업의 경우, 성인 대상 프로그램임에도 초등학생들의 문의가 많아 별도 강좌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강좌 기획할 일이 많아져 바쁘지만, 동료들과 다양하게 논의하며 활기찬 분위기에서 즐겁게 준비하고 있어요.

컬처커넥트 강좌를 구성할 때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고객이 지역색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해요. 지역 특산물인 한지를 활용한 DIY 한지공예 클래스, 부산 골목을 그려보는 어번 스케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영화 스토리 제작, 지역 내 병원을 연계한 건강 특강 등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강의를 통해 고객과 지역사회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기획을 하고 그 피드백을 피부로 직접 느끼며 ‘부산의 문화’에 대한 실장님만의 관점이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부산의 문화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부산 하면 부산국제영화제가 바로 떠오르지 않나요? 10월이 되면 부산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영화제가 개막하며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립니다. 많은 분이 부산을 생각하며 시원한 파란색을 떠올리는데, 저는 부산의 색으로 열정적인 빨간색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실장님에게 현대백화점 부산점과 커넥트현대는 어떤 공간인가요?

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으로 쭉 함께하고 싶은 곳이에요. 일하는 방식,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 등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성장해왔어요. 자부심이란 게 무엇인지 일깨워준 공간이고요.

Maker'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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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현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문화공간 3

그리너리 라운지

도심 속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을 제안하기 위해 2층에 마련된 휴게 공간. 넉넉한 의자는 물론 자연 채광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모카 플러스

어린이를 위한 예술 창작 체험 공간으로,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이 운영한다. 7층 유아동 매장 옆에 위치하며 회화와 조각에 관련된 전시와 교육을 진행한다.

컬처커넥트

유아를 동반한 ‘영 패밀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체험형 문화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 강의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층에 자리한 9층 서비스라운지에서 상담을 통해 운영 강좌에 대한 소식을 추천받을 수 있다.

  • 커넥트현대 컬처커넥트 최진희
    고객과 함께 만들어온 문화
  • EditArum Lee PhotographYeseul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