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림 배세헌 사람과 시간이 스며드는 잡화점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란 본디 선물을 전하는 순간과 그 선물을 주기 위해 행복하게 골몰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선물은 손으로 전해지고, 마음은 선물과 함께해온 시간으로 증명된다. ‘나림’은 현재 대구를 무대로 수많은 고객에게 선물의 집을 선사해온 회사. 15년 전 동성로 골목에 자리 잡은 커스텀 액세서리 숍 ‘나비’를 시작으로 현재는 문구·리빙 그로서리로 영역을 넓히며 ‘그림’, ‘나이스 키친’ 등을 이끌고 있는 나림의 배세헌 대표이사를 나그놀 스트릿점에서 만났다.

나림 배세헌 사람과 시간이 스며드는 잡화점

나림 배세헌 사람과 시간이 스며드는 잡화점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란 본디 선물을 전하는 순간과 그 선물을 주기 위해 행복하게 골몰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선물은 손으로 전해지고, 마음은 선물과 함께해온 시간으로 증명된다. ‘나림’은 현재 대구를 무대로 수많은 고객에게 선물의 집을 선사해온 회사. 15년 전 동성로 골목에 자리 잡은 커스텀 액세서리 숍 ‘나비’를 시작으로 현재는 문구·리빙 그로서리로 영역을 넓히며 ‘그림’, ‘나이스 키친’ 등을 이끌고 있는 나림의 배세헌 대표이사를 나그놀 스트릿점에서 만났다.

‘나비’라는 가게가 15년 뒤 ‘나림’이란 회사로 성장했어요.

벌써 15년이 되었군요. 특별한 감회라기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년, 매 시즌 새로운 프로젝트와 아이템을 준비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림이 운영하는 가게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래전부터 온라인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해 온·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회사를 확장해나갔어요. 하지만 늘어나는 업무량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자체 오프라인 접객 능력, 수년간 구축한 도금 인프라, 디자인 역량 같은 저희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한 나이스 키친의 경우 실제로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한 컵을 판매하고 있어요. 직원들 모두 매장에서 잠깐이라도 근무하며 오프라인 매장의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기도 하고요.

현재 나림이 가장 많은 지점을 운영하는 매장은 ‘나그놀’인데요, 지점별로 어떠한 특징을 갖추려 했는지 궁금합니다.

매장을 준비할 때는 시장조사가 아무래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매장을 열던 초창기에는 어떤 고객님이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세심하게 살폈어요. 매장과 제품에 대한 리뷰를 써준 고객님께는 직접 손 편지를 써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죠.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토대로 지점을 찾아주는 고객을 한 분 한 분 알아나갔던 것 같습니다. 수성못점은 큰 주차장과 수성못의 뷰, 주변 주택가가 있어 스트릿점보다는 주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에요.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분도 있고요. 그래서 작은 문구 코너를 추가로 만들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반대로 스트릿점은 주로 10대나 20대가 찾는 길목에 있으니 개성 있고 다양한 콘셉트의 제품을 뒀고요.

제게 동성로는 대구의 유일한 ‘시내’예요. 나림의 매장들은 오랜 시간 동성로에서 변치 않고 자리를 지키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고요. 대표님에게 동성로와 나림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각해보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동성로에서 보냈네요. 어릴 적에는 당장의 힘듦을 해결하기 위해 동성로로 나왔어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당시 액세서리 가게에서 들을 수 없던 음악을 틀기도 하고, 당장의 이익에는 도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후 수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매장을 운영했죠.
나림은 결국 사람과 시간이 이어지는 공간 같아요. 나림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직원들, 그리고 매장을 찾아주신 수많은 고객은 곧 나림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사장과 직원, 고객의 관계가 아니에요.

복합 문화 공간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요즘 친구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가꾸어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가 빠르죠. 그래서 날이 좋을 때 회사 직원들과 동성로의 새롭고 ‘핫한’ 카페들을 둘러보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는 개성이라는 개념을 넘어 개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왜 하는지 고민하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늘 찾으려고 나림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체 교육을 들으러 가서 스무 살 친구들이 가장 먼저 찾는 미용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요. 아주 옛날에는 펌, 속눈썹 시술을 가장 먼저 했다면 요즘은 타투라고 하더라고요. 손가락에 타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는 심플한 것을 찾게 되겠죠. 이런 식으로 시대적 흐름과 개개인이 추구하는 것을 살펴나가려고 합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볼 때, 매장 각각의 차별점으로 특징을 더하는 대신 브랜드가 묻히지 않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나그놀스러움’은 무엇인가요?

제 책상에 쓰여 있는 말이기도 한데요, “변화는 있지만 변함은 없는 나그놀”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며칠 전 독일 출장을 갔을 때에도 “정답은 없다, 그저 다른 것뿐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에 남거든요. 그저 남들과 달라서 좋다, 다르기 때문에 좋다라는 의미죠. 물론 각자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요. 변화를 멈추지 않는 나그놀이 되었으면 하네요.

온라인에서 뭐든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하지만, 정말 좋은 공간은 온라인이 안겨줄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나림의 많은 매장이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저는 설날이나 추석에는 무조건 매장에서 근무를 합니다. 그런 날이면 가끔 지금은 대구에 살지 않지만 다시 대구를 들린 분들이 제 얼굴을 기억해주시고, 나그놀이 대구에 있어 참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주시고는 해요. 또 평소에는 젊은 친구들이 매장 앞 마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나그놀이 앞으로도 이렇게 추억이 깃든 문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친구들을 만나 과거에 있었던 추억을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시내 가면 항상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잖아”라고 할 수 있는.

  • 나림 배세헌
    사람과 시간이 스며드는 잡화점
  • Edit(Intern)Yerim Kim(영남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 PhotographYoungmin 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