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플릭 윤동원스트리트 패션 너머의 문화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다루는 대구 대표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모모스momos’라는 이름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경제적 여유와 자유로운 보헤미안 사고방식을 지닌 미국의 상류층을 ‘보보스bobos’라고 부르잖아요. 그에 비해 모모스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윤리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예요. 2007년 창업 당시 저희가 추구하던 커피의 지향점과 일치했죠. 최상 품질의 커피를 일부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커피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를 원했어요. 한마디로 모모스커피는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카페’입니다.
먼저 로컬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야 다음 스텝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럼에도 할 수야 있겠지만 부산을 벗어나 딱히 다른 지역에 공간을 오픈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를 못 찾겠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야 돈을 번다는 마인드로 일해온 적이 없는 데다 지방에서 성공하면 서울로 간다는 뻔한 공식도 싫었고요. 무언가를 할 때 설레고 재미있어야 몸이 움직이는 법인데, 제 마음엔 닿지 않아서 최근에는 그런 고민을 아예 접은 상태예요.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저는 주말 파트타이머로 처음 모모스커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당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죠. 하지만 부모님, 교수님, 친구들마저 저를 지지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바리스타가 촉망받는 분야도 아니고 직업으로서 낯설기도 했고요. 그래도 묵묵히 일했고 다행히 지금의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고 있네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WBC’은 대회에 참가한 바리스타와 그를 둘러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건네는 환호성 소리가 울려 퍼지는 대회 동영상을 접하며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마주한 상황과 아주 달라 보였고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저 무대에 꼭 서서 인정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아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증명하고 싶었고요.
육아휴직을 마치고 모모스커피로 복귀한 지 2~3개월이 흘렀어요. 결혼과 출산 전에는 생두 바이어로 매년 2~3월에는 중미, 7~8월에는 남미, 그리고 12월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앞으로 명확히 어떤 스케줄로 움직여야 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하루의 시작은 명확해요. 오늘 세팅된 커피를 맛보고, 고객에게 소개할 커피의 향미를 체크하면서 모모스 바리스타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죠. 이후에는 사무실로 올라가 SNS를 관리하고 팀 미팅을 진행하면서 그날 결정해야 할 사항들을 처리해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요.
전 세계 공통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수도권에는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과 무수한 브랜드가 존재하는 만큼 경쟁 또한 뜨겁죠.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조금 여유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서울과 부산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제가 생각하기에 부산의 커피 신은 카페 간 열띤 경쟁 구도가 아닌, 지역과 상생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공간 측면에서 보면 땅값이 비싼 서울보다 부산 카페들의 규모가 조금 더 큰 데다 산과 바다를 끼고 있으니 훨씬 더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한국은 세계 커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가 되었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5월에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박람회인 ‘월드 오브 커피World of Coffee, WoC’가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개최되었고,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도 부산에서 열렸어요. 그뿐 아니라 국내의 1인당 커피 소비량도 늘고 수준 높은 커피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사실 이 바탕에는 실력 있는 많은 바리스타가 있죠. 2019년 이후 한국인 바리스타들이 연이어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있거든요.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 영도점이 자리한 지역은 과거 물양장物揚場으로 사용하던 곳이에요. 국내 최초의 근대 조선소가 들어섰던 영도 지역은 1960~1970년대 초반만 해도 조선 산업의 기지였다고 해요. 현재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심각한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어요. 모모스커피는 과거의 영광과 부흥을 기억하며 새로운 동시대 이야기를 커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영도에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고 스페셜티 커피로 다양한 접점을 만드는 것이죠. 마린시티점은 영도점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오롯이 ‘카페’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어요. 카페 너머로 아름다운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 오륙도까지 펼쳐져 있는 공간이라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높은 빌딩 숲 사이 드넓은 바다를 품은 뜰과 숲이 있는 모모스커피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쉼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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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커피의 시그니처 블렌드 원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