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도시의 미래와 비전

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는 20대에 서울에서 활동하다 부산으로 돌아와 20년째 부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오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활동을 ‘도시 재생’이라 이름 붙이지만, 김철우 대표는 자신의 활동을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 과거를 더듬고 아카이빙하며 미래를 그릴 단서를 찾는다.

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도시의 미래와 비전

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도시의 미래와 비전

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는 20대에 서울에서 활동하다 부산으로 돌아와 20년째 부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오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활동을 ‘도시 재생’이라 이름 붙이지만, 김철우 대표는 자신의 활동을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 과거를 더듬고 아카이빙하며 미래를 그릴 단서를 찾는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부산에 돌아와 아예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영화학을 전공하며 7년 정도 영화 현장에서 일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사회나 자연 현상에 관심이 많은 데다 저만의 가설을 세운 다음 다시 그걸 확인하는 과정을 좋아했거든요. 이런 특성이 영화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통해 제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안고 2003년쯤에 부산으로 돌아왔어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조선소에서 운영하는 훈련기관에서 기술을 배웠어요.

문화나 예술 쪽 일을 바로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현실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던 거죠. 선박과 관련된 장비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면서 밤이든 주말이든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가거나,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10년 정도 돈을 모으며 문화에 관련된 공간에 가서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자본과 네트워크를 충분히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러다 2010년 전후로 국제적인 경제 위기가 찾아왔어요. 해운항만업은 국제 상황에 바로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 크게 직격탄을 맞았죠. 중소형 규모의 조선소가 여럿 파산했고, 일하는 사람으로 가득하던 조선소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어요. 영도 부둣가에 커다란 구조물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죠. 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시기라 당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문화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그치기보다는,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를 가진 콘텐츠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게 2014년에 문을 연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인가요?

맞아요. ‘플랫폼135’라고도 불렀어요. 우리 주변에 생긴 문제들을 모티베이션 삼아 그걸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공간이라는 콘텐츠로 제작했죠. 예를 들면,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버려진 폐자재를 소재로 아티스트, 기술자가 모여 오브제를 만들었어요. 또, 조선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생긴 동네의 빈집을 하나의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어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어요.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는 걸 넘어 일자리를 잃고 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먼저 일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런 방식의 팀플레이를 계속 이어나가다 보니 일종의 코워킹 스페이스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됐죠. 제 입장에서는 저희가 추구하는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했어요. 지자체나 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포함해 저희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가능성이 보여 더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 이어진 프로젝트가 바로 ‘끄티 청학’이죠.

조선소 공장을 미디어와 설치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한 문화 시설이에요. 문화적·예술적 기획과 기술자들이 설비를 다루는 능력이 더해져 콘텐츠로 잘 융합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과정이었어요. 그후에 세운 공간이 ‘끄티 봉산’이고요. 조선소 한진중공업 맞은편에 위치한 산복도로 마을에 세운 복합 문화 공간인데, 빈집이 많음에도 재개발이 무산돼 슬럼화된 곳이었죠. 디렉터를 맡아 ‘마을의 빈집’이라는 이슈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했고, 저희가 선발대처럼 여러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마을과 영도구청이 도시 재생 사업을 운영하는 식으로 진행됐어요. 플랫폼 135, 끄티 청학, 끄티 봉산을 저희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1탄, 돌아와요 부산항에’라고 불러요. 조선업의 부진으로 침체된 부산항이 아닌, 건강하고 밝은 부산의 모습을 다시 찾았으면 하는 마음도 함축적으로 담겨 있죠. 그다음으로 진행한 게 ‘프로젝트 2탄, 영도 물산장려운동’이에요.

프로젝트를 1탄과 2탄으로 나눈 기준이 있나요?

앞서 말했듯,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지역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자생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단계였어요. 이걸 본격적으로 비즈니스화하기 위해 시작한 게 ‘프로젝트 2탄’으로 분류하고 있는 ‘끄티 탑동’과 ‘끄티 봉래’죠. 끄티 탑동은 제주도 탑동에 있는 조선소 부속 건물을 부산과 연결하는 지역적 거점으로 활용한 경우예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제주에 있는 끄티 탑동에서 팝업을 운영하거나 전시를 열어볼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하는 거죠. 계약 기간 2년을 마치고 마무리한 이후, 영도에 끄티 봉래를 열었어요. 영도 혹은 부산이라는 키워드를 잘 담아내는 브랜드가 모여 함께 일하고 타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자 끄티 봉래를 만든 거예요.

8층짜리 건물인 끄티 봉래에는 층마다 각각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기업이 입점해 있어요. 브랜드 입점 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저희는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를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요. 푸드 앤 베버리지Food & Beverage, 패션 앤 리빙Fashion & Living, 펀 앤 페스티벌Fun & Festival인데요, 이것들을 골고루 공간 또는 콘텐츠에 구현하려고 해요. 커넥트현대에 편집숍 ‘끄티 현대’를 입점하며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미디어 존을 구성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죠. 단순히 매출만 생각한다면 저희에게 주어진 공간을 모두 물건 판매 매장으로 쓰는 게 유리하지만, 매장을 찾은 고객이 음악을 들으며 물건을 구경하도록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저희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니까요.

방금 얘기한 것처럼 올 9월, 커넥트현대에 ‘끄티 현대’라는 편집숍을 입점했죠. 끄티 봉래에도 ‘바스큘’ 편집숍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커넥트현대에 입점하며 물건 구성이 달라졌나요?

바스큘을 운영할 때는 우리 동네에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지 조사하는 일에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1년 정도 여러 창작자를 찾아다니다 보니 부산에 어떤 크리에이터가 있는지, 제조 공장은 어느 지역에 두는 편인지 등을 공부할 수 있었거든요. 크리에이터들의 작업 과정을 체험해보고 싶어 직접 물건을 만들고 그걸 팔아보기도 했어요. 저희가 여러 콘텐츠 작업 과정에 참여해보려 한 건 도시가 지닌 특성 때문이에요. 도시는 매우 복잡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유기체니까요. 그것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알아야 라이프스타일을 언급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스큘에서 다룬 제품들은 개성이 다양한 반면, 끄티 현대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여러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를 묶어 부산이라는 카테고리로 비즈니스화하는 목적이 강해요.

‘부산이라는 카테고리로 비즈니스화하는 것’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앞선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게 저희의 다음 과제예요. 저희는 ‘파란’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중심지가 아닌 부산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세상에 파장을 일으키며 멀리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죠. 프로젝트 1탄과 2탄에 비해 콘텐츠의 생태계를 더욱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무언가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고요. 브랜딩이 잘된 기업 또는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지자체와 함께 컨설팅해 파트너십을 맺기도 해요. 발란사나 모모스, 베르크, 삼진어묵 등 이미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작가나 브랜드에 협업을 제안할 때 그들의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저희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잘 나타나는지를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부산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아도 그 정체성이 드러나는 팀들이 있거든요. 또 저는 맥락을 중요시해요. 예를 들어 부산은 항구도시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제조업이나 물류업이 발달해왔어요. 이 역사를 기반으로 지금 시대에 제조업과 물류업이 나아가야 할 부분을 고민하는 팀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이런 고민과 사유를 어떤 방식으로 자산화해나가는지를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오랜 시간 쌓여온 이 도시만의 흐름과 특징을 반영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 팀은 자신의 브랜드를 잘 키워나가는 것이지만, 그게 사회적으로나 도시의 관점에서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런 맥락을 이어나가는 게 비즈니스적으로도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커넥트현대 입점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백화점은 지역별 거점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파트너예요. 백화점을 통해 끄티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물론 물건이나 서비스를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끄티가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저희와 협업하는 기업이나 크리에이터들이 효율을 높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거든요. 결국 끄티 현대 매장은 B2C의 개념이 아닌 B2B 입장으로 접근한 매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끄티 현대를 포함해 ‘돌아와요 부산항에’, ‘영도 물산장려운동’, ‘파란 프로젝트’를 하나로 엮는 맥락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는 일인 것 같아요. 도시가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살 만한 곳이 되는지를 만들어가는 순차적 과정이랄까요. 각각의 프로젝트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도시의 운영 구조를 고려해 그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을 주로 해왔다고 생각해요.

10년 넘게 ‘도시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어가는 일’을 해왔어요. ‘도시 브랜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왔다기보다 도시와 콘텐츠에 대해 생각했던 가설 그리고 가능성을 시도해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도시를 주인공으로 두고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건 그 안의 구조, 이해관계, 여러 사람의 니즈 등 유동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도시 브랜딩이란 과거를 바탕으로 한 비전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그리되, 그 맥락을 과거로부터 가져오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과거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이것을 브랜딩이나 콘텐츠에 녹여내는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죠.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충분히 감각적일 수 있거든요. 또 굉장히 상업적일 수도 있고요. 도시 브랜딩에서 그 도시의 시작점이라는 맥락을 가져오는 것은 훨씬 설득적인 방법일 수 있고, 다음 단계를 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님에게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요?

혼종의 도시요. 많은 것이 충돌하고 섞이면서 조화와 질서가 생겨나죠. 동시에 과거에서 온 것들이 사라지거나 퇴색되지 않고 계속해서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알티비피얼라이언스의 계획이나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선 부산을 산업적으로 묶어 브랜딩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부산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을 담아 제대로 선보여야겠죠.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거점 공간들을 잘 유지하며 거기에 제도와 운영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이런 활동을 통해 도시의 운영체계와 구조를 새롭게 전환시켜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Maker's Pick

()

알티비티얼라이언스의 정체성이 돋보이는 ‘끄티 프로젝트’ 3

끄티-청학(2018~2023)

조선 산업의 침체로 오랫동안 비어 있던 영도 청학동 바닷가 앞 항만 창고를 개조한 복합 문화 공간.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행위예술 등 기존 갤러리와 공연장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여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에게 사랑받는 실험 공간이었다.

끄티-탑동(2021~2023)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소로 알려진 제주조선의 부속 건물을 개조한 팝업 스토어. 제주도와 타 지역 브랜드,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2년여간 팝업 전시, 워크숍, 파티 등을 통해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끄티-봉래(2023~현재)

영도 봉래동 항만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로컬 브랜드 센터. 지역 콘텐츠와 신산업을 이끌어나갈 로컬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위한 지역 아카이빙 라이브러리, F&B 연구개발 랩, 미디어 스튜디오, 팝업 스토어, 오피스가 조성되어 영도 워터 프런트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 알티비피얼라이언스 김철우
    도시의 미래와 비전
  • EditArum Lee PhotographYeseul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