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국밥집
맑은 국물에 두툼한 돼지고기 가득 든 부산의 3대 돼지국밥집.
백경희 대표가 식당에 대한 지식 하나 없이 20대에 복을 집어 들게 된 것은 일식집을 운영하던 시아버지의 영향이었다. 부산 지역에 복을 다루는 요릿집이 몇 개 없으니 조리법을 배워 복 전문점의 길을 열어보라는 뜻이었다. 그때 남편 김동식 대표의 눈에 띈 것이 대구의 복국이었다. 김 대표가 대학을 나온 대구에서는 복국에 콩나물을 넣어 함께 요리하는 게 특징이었다. 이 대구식 복국을 배워 와 1983년, 연산동에 ‘초원 즉석 복국’을 열었다. 백경희 대표는 자신에게 일복이 있는지 가게만 열면 사람이 몰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1986년 영도점에 이어 1991년 초원복국 대연동 본점을 연이어 열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초원복국에서 다루는 복은 은복, 밀복, 까치복, 참복 모두 네 종류다. 이를 활용해 복국과 복불고기, 복찜, 복수육 등을 만든다. 식당 문을 처음 연 40여 년 전과 변함없는 메뉴 구성이다. 인기 메뉴는 단연 복국. 백 대표는 국물 맛의 비결을 다시마, 무, 파 세 가지로 꼽는다. 담백하고 깔끔하며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조미료를 최소한으로 넣고 신선한 다시마와 좋은 무, 파를 써야 한다는 것이 40년 넘게 복국을 만들어온 부부의 결론이다. 복국은 한 번 끓여놓은 복국에 주문 즉시 콩나물과 미나리를 얹고 바글바글 끓여 식탁에 내는데, 복튀김과 복껍질무침을 함께 제공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오독한 식감을 자랑하는 복껍질무침은 복의 가시를 전부 칼로 밀고 한 번 데친 뒤 냉동실에 살짝 얼렸다가 잘게 썰어 아삭한 채소와 매콤한 양념을 넣고 무쳐 만든다. 예전에는 별도로 판매하는 단일 메뉴였으나, 복어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서비스로 제공하게 됐다. 복국이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지정된 것은 2002년. 부산의 맛으로 자리 잡은 ‘부산 복국’의 특징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백 대표의 시원한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만의 복국 맛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오직 부산에서 정직한 맛으로 그동안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초원복국의 복요리 안에는 지역민에 대한 애정과 세월이 가득 담겨 있다.